올 여름 초입에 시작한 글또가 약 5개월만에 마무리되었다. 글또를 한 번 하니 한 해가 다 가는 느낌이 든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글또 활동을 통해 변화된 점이 무엇인지 돌아보고자 한다.
글또?
글쓰는 또라이들가 세상을 바꾼다
특정 기간동안 집중하여 2주에 한 번 글을 쓰는 개발자들의 모임이다.
글또 지원 목적
내가 글또에 지원했던 지원서를 부끄럽지만 그대로 가져와보자면..
개발자에게 기술블로그란 "다가서고 싶은데 헤매이고 있는" 존재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글을 더 잘 쓰고 제 글을 더 많이 노출시키기 위해 블로그 유목민 생활을 전전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쓴다면 조금이나마 글쓰기가 더 재밌어지고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내 고민점은 기술블로그를 써야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글을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싶은데 습관이 잘되지 않았다. 그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을 때 한 번 글을 쓸 때마다 망설임이 더해지고 더 나아가 퀄리티가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싶어서 글또에 지원했다.
글또 활동의 목표를 돌이켜보자
글또 활동을 하면서 나름 세웠던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1.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이전하여 더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발판 마련하기 (5월까지 달성) -> 5월까지 미달성, 10월에 이전하여 달성
2. 마감 하루 전까지 글을 작성하여 제출하기 (글또 활동 기간 내내) -> 약 40% 달성
3. 패스권을 쓰지않고 글또 활동기간 동안 할당량의 글을 다 쓰기 (글또 활동 기간 내내) -> 실패
왜 일부 달성이나 실패를 했을까?
티스토리 이전하기
저 목표를 세울 때만해도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 위한 글쓰기를 해야한다고 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다보니 소통보다는 글의 완성에 치중되어 계속 미루게 되었다. 그리고 티스토리로 이전할 때, 어떤 글을 가져와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목적이 점점 잡혀지고 늦었지만 10월에 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감 하루 전까지 글을 작성하기
변명을 하자면 현생에 치였다. 글또 활동 기간 동안 이직기간이 겹쳤다. 퇴사와 입사에 치중하느라 글쓰기가 우선순위에 밀리게 되고, 결국 마감기한에 임박되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달성을 한 40%의 경우 입사 이전 여유가 생긴 시기에 일찍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글감 선정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른 분들의 글들을 보면 심도 깊은 글을 턱턱 쓰시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쥐어짜서 쓰는 글이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퀄리티 이슈도 있었다. 이 마음 속의 굴레를 깨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패스권을 쓰지 않기
호기롭게 패스권을 쓰지 않기로했지만, 패스권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현생의 문제를 걷어내고서라도 쓰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반성해야할 점은 극 초반에 패스권을 써버렸다는 것인데, 초반에 글감 선정에 애를 먹으면서 '이럴바에야 패스권을 쓰겠다'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패스를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패스권을 안쓰는게 아니더라도, 졸작이더라도 글을 완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글또 활동으로 인해 배운점
이번 활동으로 인해 3가지를 배웠다.
1. 완벽주의자보다 완료주의자
글또 활동 초반에는 글을 잘 써야한다는 압박으로 텅 빈 화면을 보기가 겁이 났다. 나는 이걸 극복하기 위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서 트윗을 쓰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는 하나의 트윗당 140자를 쓸 수 있다. 내 경험이라면 사소한 것이든 140자만 채웠다. 이 트윗을 이어서 쓰레드로 엮었다. (트위터에서는 타래라고 부른다.) 하나의 트윗에 대한 타래가 10개만 되어도 1000자는 넘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얽혀진 타래를 조금 다듬어서 글로 발행하면 하나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이렇게 타래로 엮인 글을 쓰다보니 완벽하진 않아도 하나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떠한 경험이라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경험을 조금씩이라도 해보니, 어떠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글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꼭 기술이 아니더라도 내가 퇴사하고 입사하기까지의 여정, 트러블슈팅기에 대해 쓰다보니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쓰면 글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2. 의식적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수고로운 작업이기도했다. 시간은 금새 흐르고 다시 글을 써야한다는 알람이 울릴 때 나를 움직일 수 있게 해준 것은 글또에 제출한 내 예치금과 글또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의식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말이 있던데, 완벽한 습관 형성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움직이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3. 글에 대한 피드백
글또 활동을 하며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피드백이었다. 초반에는 피드백이 무서웠다. 심지어 피드백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또한 환경으로 조성되어있어 하나씩 하다보니 슬슬 익숙해졌다. 내 글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했고 반대로 내가 피드백을 줄 때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찾고 전달하는 것이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단순히 글을 써서 전시만 하는게 아니라 인터렉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글또 활동 기간동안 아쉬운 점
글에만 매몰되어 글또의 여러가지 엑티비티를 만끽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챗과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다음번에 글또에 참여하게 된다면, 글또의 다양한 행사를 참여하고 싶다.
이번 글또 활동은 올해 잘 한 것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글또 활동도 가능하면 참여하고 싶다! 이러한 물결을 잘 타고 가서 앞으로 내 글쓰기 숲을 잘 가꾸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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